잡담

현대국가는 왜 세속주의를 추구해야하는가 - 尹정권의 무속인 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들

자손영 2024. 9. 16. 06:07

※글쓴이는 특정 당을 옹호, 추종하지 않으며 그저 대한민국이 더 번영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평범한 국민임을 밝힙니다. 

 

 종교는 문제가 많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다. 혹자는 종교가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현재의 노동 착취구조를 지속하게 만드는 아편이라고 비판하는데 종교를 아편에 빗댄 이 유명한 문구는 당사자가 바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종교가 가지는 본질을 그대로 관통했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본 종교는 그가 그렇게 바라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이뤄지고 지금의 착취구조가 타파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악습 정도였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종교는 최종적으로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인류와 공존할 애증의 동반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1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뒤흔든 펜타닐과 같은 마약류 진통제들을 아무리 규제한들 이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있다.

 

 아편을 암만 마약이라고 폄하한들 결국 아편(모르핀 계열 약물)은 의료계에서 필수적으로 소비되는 핵심소비재 중 하나다. 당장 진통제가 없는 병원을 나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종교도 부작용이 있을지언정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 유지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같은 의미를 지닌다. 나 또한 힘든 순간에 항상 종교가 옆에 있었고 많은 도움을 받아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다. 대중에게서 종교를 완전히 떼어놓는 짓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랑 다를 바 없으며 부작용이라는 벌레를 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려는 짓이다.

진통제는 다양한 부작용이 있지만 회복을 돕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인류에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 종교가 완전히 없어질 수 없는 것은 자연적인 이치라고 보나 특정 종파나 소집단이 아닌 대중을 이끌어야 하는 정치인, 그것도 국가원수급 인물이 가치판단을 종교에 맡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점집도, 바티칸도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속인의 말에 이리저리 이끌려 국가의 중대사를 수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버스기사가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종교는 아주 많은 시간을 인류와 함께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최초로 종교가 발생한 지역, 시대, 문화적 배경의 영향을 짙게 받은 만큼 고질적으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경향을 띌 수 밖에 없다. 오늘날 현대과학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에도 경전과 교리를 이유로 고지식한 태도를 고수하며 현대 사회에 불편함만 유발하는 원시적인 행위 역시 율법을 따르는 신성한 행위로 포장한다. 요컨대 어떤 종류이든 간에 종교는 증명 불가한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전근대적 통치수단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번영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지만 이에 도달하려는 방식에 있어서 과학과 종교는 항상 충돌한다. 종교는 인류의 지식수준과 기술력이 부족한 시절 대중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신앙과 교리 어느 쪽이든 간에 종교는 현대의 지식과 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는 정치인에게 있어 절대 좋은 가치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국가 지도자가 종교를 가치판단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적어도 100년 전에 끝났다. 미국의 유대교, 기독교 단체, 일본의 창가학회 등 수면밑에서 정치에 영향을 주는 종교단체들을 보면서 무슨 저런애들이 있나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한국의 정치도 읍습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태다. 왜 자꾸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말이 아니라 무속인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민의 힘은 국내 보수정계의 이미지 전체를 날려먹은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文정권의 힘이 빠지고 다시 정권을 잡을 천금 같은 기회가 생겼으면 최소한 이전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의혹도 생기지 않게끔 철저하게 자정활동을 했어야만 했다. 설령 당장 대선에 세울 인물이 부족했더라도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신중하게, 하다못해 저번의 국정농단 사태로 예민해진 대중 앞에서 티날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지금 대통령과 천공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건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뿐 아니라 국민의 힘과 보수정계 전체가 그저 문재인 정권 시기 잃어버렸던 밥그릇 찾기에 급급한 학습능력 없는 무능한 집단이라는 증명밖에 안 된다.

천공(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유튜브 정법시대 갈무리·연합뉴스

 

 초등학생조차도 가르쳐주면 하지 않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한 국민의 힘에게 더 이상 명분이라고는 없을 것이며 이는 그들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들에 맞서며 그토록 부르짖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에 제 손으로 먹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말 같지도 않은 이념, 지역감정 등을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급급한 현 민주당/국힘에서 진정한 진보/보수의 가치를 찾는다는 말 자체가 변소에서 진주 찾는 소리이긴 하다.)

 

 각종 정황들을 보았을 때 심각한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반쯤 확실시 되고 있긴 하나 나는 이번 정권의 역술인 논란 등이 그저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만약 우리가 의심하고 있는 이 문제들이 현실로 밝혀지게 될 시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될 보수정계의 멸망과 좌우 밸런스 붕괴가 두려울 뿐이다. 물론 그렇게 무너진 보수정계에게 내가 딱히 온정의 시선을 보낼 생각은 없다.

 

 한편으로는 이번기회에 국내 보수정계가 한번 싹 정리되고 난 다음 기존의 더러운 이해관계에서 떨어져 나간 조금 더 깨끗한 보수정치 세력들이 주류를 이뤄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도 가지고 있다. 현실정치라는게 어떤 식이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없고 절대 깨끗할 수가 없는 바닥이긴 하지만 적어도 수염기른 유사 도인이 대통령과 붙어먹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는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불쾌한 스캔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정부에선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게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