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일본여행기

1일차: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여정과 아키하바라 구경

자손영 2023. 8. 6. 00:13

옷가지를 비롯해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짐들은 캐리어, 노트북, 보조배터리같은 전자제품은 기내반입용으로 배낭에 보관했다.

 출발하기 며칠 전 미리 짐을 챙겨두었다. 대략 10일정도 입을 수 있는 옷들과 개인 상비약같이 현지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귀찮은 소모품들이 주가 되었다. 처음 떠나는 장기여행이라 빨래가 어찌될지 모르다보니 무턱대고 옷을 너무 많이 챙겨버렸다. 지금보니 일본에는 코인세탁소가 많이 있고 숙소 내에 세탁설비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서 이정도로 옷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옷은 딱 5일치 내외로만 챙기고 나머지는 기념품 공간으로 남겨두는게 좋을 것 같다.

 

창원 남산동의 버스 터미널.

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창원 남산 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택시를 타고 터미널까지 간 다음 김해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표를 구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매표를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방식이 바뀐건지 무인 키오스크 구매 형식으로 바뀌었다. 젊은 사람들이야 사람 마주칠 일도 적고 좋지만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으신 어르신분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닌 듯 하다.

 

우리는 11시에 출발하는 나리타 행 표를 예매했었다. 탑승시간인 10시 반보다 훨씬 여유있게 2시간 전쯤에 도착해서 수속을 거의 시작하는 시간에 바로 표를 뽑고 들어가니 사람도 덜 밀리고 운좋게 비상구쪽 좌석을 얻어낼 수 있었다. 비상구쪽 좌석이 유사시에 승무원들을 도와 인원통제를 해야한다는 점과 위치상 날개 가까이 있기에 엔진소음이 더 나긴 하지만 일반자리에 비해 조금 더 공간에 여유가 있어 훨씬 쾌적하게 갈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이나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비상구 좌석을 아예 예매할 수 없으니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 바란다.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중간에 탑승하는 플랫폼이 변경되는 사소한 해프닝이 생겼다. 그래도 폰으로 카톡, 문자등 가능한한 모든 연락처로 다 변동 사실이 안내가 되고 현장에서도 직원분들이 어디로 이동하면 되는지 자세히 안내를 해줘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난기류가 조금 있는 날이었다.

탑승 후 넷플릭스 영상들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자 이륙을 하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발진하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이 순간은 몇번을 경험해도 항상 설레면서 짜릿하다. 구름이 약간 끼어있던 날이다보니 얼마지나지 않아 난기류를 만나게되어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높은건 어느정도 괜찮지만 떨어질때의 속이 뒤집히는 감각을 엄청나게 무서워해서 평소에 놀이기구도 잘 안타는 편인데 작은 난기류도 나한테는 상당히 심장에 해로웠다.

 

최근 본 하늘 중 가장 푸르고 깨끗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다보니 깨끗한 하늘을 보기도 참 어려워졌다.

그래도 난기류를 뚫고 올라온 하늘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전에도 이런 광경은 몇번 봤었지만 이번은 특히 더 깨끗하고 새파란 하늘과 대비가 되어 인상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하얀 이불위에 올라선 기분이랄까.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지나가는길에 보인 어딘지모를 일본 상공.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넓은 평야지대가 인상적이다.
나리타 공항 검색대 출구쪽. 먼저 세관수속이 끝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걸려 도착한 일본 나리타 공항. 미리 비짓재팬(입국수속&세관수속)앱을 통해 입국심사는 빠르게 통과할 수 있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검색대를 나온 뒤 미리 구매해두었던 현지 유심칩으로 변경을 했다. 몇번 꽃았다 뺐다를 반복해야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없이 바로 신호가 잡혔다.

 

여행오는 사람들이 보통 와이파이 도시락을 많이 사용하는데 장기여행을 생각하거나 개인활동을 많이 해야한다면 유심을 사용하는게 훨씬 편리한 것 같다. 번거롭게 공항에서 수령/반납해야할 필요도 없고 사용을 끝낸 유심은 그냥 버리면 된다. 구입처에서 미리 알려준대로 APN설정에서 유심정보를 추가해두면 빠른 교체에 도움이 된다. 

 

나리타 항과 연결되어있는 전철 터미널로 가는길. 길이 잘 포장되어있어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다.

공항에서 도쿄 시내행 전철을 타는 터미널로 이동. 도쿄쪽 공항은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이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도쿄에서 약간 떨어진 나리타 공항이 저가항공과 주요 국제선 라인을 담당하고 도쿄 중심지 바로 앞 해안가에 있는 하네다 공항은 주로 국내선과 소수의 고액 국제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해공항이 말이 김해공항이지 실제 주소상으로는 부산에 있는데 (옛날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흔적) 나리타 공항은 치바현 나리타시에 있는 공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쿄로 가는 사람들의 수요를 받는다는것이 뭔가 처지가 서로 반대로 뒤바뀌어있는것이 꽤나 흥미롭다. TMI가 길었는데 아무튼 주머니 가벼운 우리들은 전철을 타고 또 이동을 해야만 했다는것이 요점이다. 도보로 캐리어를 끌고 10분정도 걸어가야하지만 포장이 잘 되어있어 크게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철 터미널. 여러 회사들과 노선들이 있기때문에 예매/탑승전에 꼼꼼히 확인해야만 한다.

터미널에서 숙소쪽으로 가는 표를 구입 후 다시 이동. 우리 숙소는 아키하바라 인근에 있었는데 전철로 아사쿠사까지 간 다음 내려서 지하철로 마저 이동하는 식으로 동선이 정해졌다.

 

나리타에서 도쿄로 가는 전철에서 찍은 사진. 평범한 시골의 풍경들이 보인다.

전철을 타는 동안 대만에서 여행을 온 가족일행과도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호주인 커플과도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2주정도 여행을 다녔다고 하는데, 도쿄, 교토, 오사카, 히로시마등을 보고 오키나와까지 간 뒤 다시 본섬으로 돌아와 하네다 공항에서 귀국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오키나와에서 호주로 바로 가는 편이 없었던 듯 싶다.

 

한국에도 며칠 정도 서울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녀봤다고 하고 이것저것 먹을 것들과 주변풍경들이 상당히 인상깊었다고 한다. DMZ쪽도 다녀왔다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보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더욱 더 신선했던 듯 싶다. 이런저런 썰들을 듣고 나도 호주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없냐고 물어보니 따뜻한 곳이 좋으면 북부의 퀸즐랜드가 무난하고 다운타운을 구경하고 싶으면 시드니나 멜버른을 추천한다고 했다.

 

아사쿠사 지하철 역 입구.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아사쿠사에서 내린다음 숙소 근처로 가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지하철과 전철을 이용하는 내내 계단이 너무 많아 나와 일행 모두 고역이었는데 오자마자 한번 된통 당하고 난 다음엔 최대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끔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이 있는지 계속해서 찾게 되었다. 이때 한번 고생을 당하고 몇번 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거의 모든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최소 한 대는 있으니 캐리어 같은 대형 화물이 있다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었다.

 

아키하바라 근처에 위치한 숙소. 약 일주일 정도를 여기서 보냈다. 링크는 글 마지막에.

지하철에서 내린 다음 도보로 약 10분정도 걸어가니 우리가 묵을 숙소가 나왔다. 아키하바라 중심지에서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 무난한 거리였다. 다만 예상 외였던 것은 원래 일반 빌라로 사용하는 건물을 층당 3객실로 나누는 개조를 한건지 올라가는 계단이 엄청나게 좁고 가팔랐다. 하필 우리는 4층에 객실이 있어 남들보다 배는 힘들었다. 직접 이용해보니 우리같이 캐리어를 들고 오는 여행객들은 2층 이상의 객실에서 묵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이 짐을 들고 올라가기에는 매우 위험해 보여서 그냥 내가 짐을 다 들고 객실까지 옮겼다. 이 더운 날씨에 확실히 두 번은 못할 짓이었다.

 

자그마한 1인 테이블과 싱크대, 가스레인지도 있다.

협소하긴 했지만 침대는 넓은 트윈베드였고 냉장고, 세면대,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등 짧게 지내면서 필요할법한 편의시설들은 다 갖추고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였고 에어비앤비가 거진 게스트 하우스 형식으로 잘 곳만 빌려준다는 느낌이라 호텔과 같은 청소/룸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아까 말했던 이 숙소의 가장 큰 단점인 좁고 가파른 계단(엘리베이터 X)가 장점을 다 갉아먹는다는 것...

 

그렇게 간신히 짐을 다 올리고 잠시 정리를 한 다음 우리는 주변의 갈만한 식당을 찾아 해매기 시작했다. 원래 생각했던건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생각했었는데 둘 다 처음 해보는 장기여행에 들떠 숙소에 가는데만 집중하다보니 4시가 넘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 다 어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한 음료. 나는 무난한 녹차를, 일행은 오렌지향이 가향되어있는 투명한 음료수를 골랐다.

푹푹 찌는 이 날씨에 계속 이렇게 돌아다니다간 진짜 큰일나겠다 싶어서 적당히 숨돌릴만한 곳을 찾고 있다가 일단 근처의 로손에 들려 마실거리를 급하게 샀다.

 

아키하바라 중심골목. 엄청나게 거대한 돈키호테 건물과 그 옆의 애니메이트, 타이토 게임센터 건물이 눈에 띈다.

목을 좀 축이고나니 주변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큰 도로를 지나다니다 보니 어느새 아키하바라 중심지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주변 풍경을 계속 구경하고 싶은 욕구와 배를 채워야 한다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아키하바라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키하바라에서 콜라보 행사로 나름 유명한 라멘집.

조금 안쪽 골목에 들어가니 노란색 건물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대문짝만하게 붙어져있는 재밌는 식당이 보였다.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였던가? 본적은 없는데 상당히 특이한 장문의 제목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아마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참고한듯한 작명인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아무튼 가게를 보자마자 우리 둘 다 매우 흥미를 느꼈고 바로 옆에 있던 카레집과 이 라멘집 중 어디를 들어갈지 고민하다 동전 뒤집기로 라멘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십덕 냄새가 그윽하게 풍겨오는 내부 인테리어. 가게 안에서는 애니 광고인지 캐릭터들의 대사도 계속 나오고 있었다.

역시나 안에 들어가니 온갖 만화 사진들을 비롯해 브이튜버들의 사인들이 붙어져 있었는데, 아마 이번에 이렇게 캐릭터들은 잔뜩 붙여놓은것도 계속 이렇게 영업을 하는 게 아닌 정기적으로 돌아가면서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착석하는데는 다행히 시간이 얼마 걸리진 않았지만 음식이 나오는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한 20분정도는 족히 기다린 듯 싶다. 2층까지 손님들이 차있었고 실제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두 명 남짓 정도밖에 안되다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되는 듯 했다. 그래도 우리는 지쳐있었고 잠시 앉아서 숨돌릴 장소가 필요했기에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는게 우리에겐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소 사이즈임에도 엄청난 양의 라멘. 실제로는 사진으로 보이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다.
일행이 주문한 미소라멘 소 사이즈. 역시나 양이 보통이 아니다.

기다림 끝에 나오게 된 라멘. 나는 토핑이 다 들어간 일명 ‘부타야로’ 라멘 소 사이즈, 일행은 미소 베이스 소 사이즈로 가격은 개당 1500엔 정도였다. 작은 사이즈였는데도 불구하고 둘이 합쳐 무려 3만원 가량의 거금을 라면에 쓰게 되어 매우 당황스럽긴 했다. 처음에 키오스크를 보고 가격이 이런데 도대체 무슨 라멘이 나오려나 싶어 일단 주문을 하고 기다려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녀석이 나와버렸다. 라면이 나오고 나서야 우리는 그림에 나와있는 캐릭터가 작은게 아니라 진짜 라멘이 겁나 큰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저희가 어리석었습니다 센빠이...

 

옆의 물컵과 비교해서 찍은 사진.

이름값 하듯이 엄청난 볼륨을 자랑했다. 이게 소짜다. 일본은 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였나 싶은데, 최신 스타일의 음식들은 꼭 그렇지도 않나보다. 소짜가 이정도면 도대체 대짜는 어떻게 나오는건지, 또 그걸 다 먹는 사람이 있기는 한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산처럼 올려져있는 숙주를 먹고 나면 엄청나게 두꺼운 면이 2차전을 반겨준다.

진짜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평소에 나름 한끼에 2~3인분정도의 양은 곧 잘 먹는 편인데 이건 상당히 힘들었다. 일단 이런 진한 국물에 두꺼운면, 토핑을 왕창 쌓아올리는 일명 '지로계 라멘'이 한국인 입맛에 지나치게 짜고 기름진것도 있다보니 배가 부르기도 하거니와 맛에 질려서 마저 다 못먹었던 것도 있다. 이걸 한번에 다 먹었다가는 자다가 돌연사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덩치에 비해 웬만큼 먹는다는 나지만 결국 완식하지 못하고 남겨버리고말았다. 이걸 다 먹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결국 둘다 2할에서 3할정도 남기고 식사를 끝마칠 수 밖에 없었다. 나같은 먹돌이가 음식을 먹다가 질려서 남긴적이 얼마만이었던가. 상당히 충격이 컸는지 한 달이 지난 아직도 여기 라멘 냄새가 가끔씩 떠오른다. 맛만 따지자면 만족스럽다고 할 순 없었지만 색다른 분위기의 식당과 독특한 스타일의 라멘을 볼 수 있어서 한번쯤 경험해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애니메이트 건물 내부. 버튜버 회사인 홀로라이브 소속 멤버들의 굿즈를 파는 칸이다.

그래도 배에 뭐가 들어가니 확실히 힘도나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해 정신을 차리고 아키하바라 중심지 건물들을 느긋하게 돌기 시작했다. 오사카 덴덴타운의 애니메이트도 상당히 규모가 크고 건물 하나만 보면 아키하바라에 밀리지 않지만 아키하바라에는 애니메이트 외에도 다른 오타쿠 굿즈 판매건물이 훨씬 많다보니 확실히 오사카에 비해 더 풍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2분기쯤에 상당히 인기있었던 애니메이션인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여주인공이 상당히 귀엽다.

사고싶은 굿즈들을 사거나 아이쇼핑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굿즈 판매점 주위에 붙여져있는 홍보물들을 보면서 요즘 인기있는 작품이 뭔지 트렌드를 파악하는것도 오타쿠들의 소소한 볼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애니메이트 바로 옆에있는 타이토 게임센터. 자사의 최고 히트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붙여놓았다.

타이토 게임센터도 한번 전체층을 쭉 돌아봤다. 뽑기기계들부터 시작해서 각종 오락실 게임들이 층별로 잔뜩 설치되어있어 아케이드 게임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려야할 곳이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리듬게임인 maimai. 원형으로 있는 버튼들과 화면을 터치하여 조작하는 독특한 게임이다.
처음 보는 스타일의 리듬발판게임. 펌프처럼 정해진 발판이 있는게 아니라 카메라와 바닥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인식한다.

일반적인 조이스틱-버튼 게임이 아닌 완전히 독자적인 기기를 사용하는 특이한 오락기들도 여럿 있었다. 몇가지를 플레이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원형의 드럼세탁기같이 생긴 리듬게임기인 마이마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뽑기기계는 피규어를 비롯한 각종 캐릭터 굿즈에서부터 인기있는 과자류까지 종류가 다양한 편이었다.

욧짱 마루라는 우리로 치면 월드컵 어포같은 간식거리인데, 이 간식거리가 상당히 인기있는지 아예 뽑기 기계에까지 넣어놓고 돌리고 있길래 신기해서 찍어봤다. 무슨 오뎅처럼 끼워져있어서 한국의 어포류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생김새가 인상적이다. 

 

아키바 컬쳐즈 존. 5층에는 메이드 카페가 있고 지하 1층과 6층은 일종의 행사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층별 안내도.

게임센터에서 오락기 몇 개 붙잡고 놀다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더 놀다가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아직 안본 건물을 하나 더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마침 건너편에 아키바 컬쳐즈 존이라는 큰 건물이 보여 여기만 보고 돌아가기로 결정. 역시나 이쪽도 상당히 규모가 컸으며 층마다 인쇄물, DVD, 피규어 등 매우 다양한 굿즈들을 취급하고 있었다. 

 

시끌별 녀석들의 라무.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여자 히로인들의 원조격 되는 캐릭터다.
최근 방영된 공각기동대 SAC_2045의 주인공인 쿠사나기 소령. 원본 공각기동대와는 많이 다른 디자인이 되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일본 오타쿠 문화의 총본산답게 피규어들의 퀄리티도 상당한 편이다. 물론 가격도 만만치 않다. 피규어들을 수집하기에는 내 주머니가 너무 가벼운것도 있고 이걸 집까지 가져가기에도 우리의 여정이 너무 멀어 사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냥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좋아하는 캐릭터 피규어들을 구경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해가 진 뒤의 아키하바라. 여전히 사람들은 붐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동안 해가 완전히 져버려 밤이 되었다. 햇볕이 워낙 뜨겁다 보니 해가 지고나서 오히려 사람들이 더 모이기 시작했다. 다들 낯밤이 뒤바뀐 0군 오타쿠들이여서 밤에 사람이 더 몰리는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생각이 든다.

 

길가에 서있는 호객 여성들. 다행히 흔히 삐끼라고 하는 사람들처럼 공격적인 호객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이때가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쯤 되는 시간이었는데 돌아가는길에 보니 아까도 있었던 카페 호객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서있었다. 저게 다 메이드 카페같은 류의 업장인지 성접대를 겸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업장이 있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여성분들이 옷을 차려입고 길가에 서있었다. 거의 미터 당 한 명씩 서있는정도였다. 역시나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아마 일본에서도 아키하바라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아키하바라 골목 끝쪽에 있던 세븐일레븐. 일본은 웬만한 곳에서 편의점을 볼 수 있어 여행객에게 특히 편하다.

환전과 내일 아침 먹을 먹거리 구입을 위해 세븐일레븐에 들렸다.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편의점들이 항상 ATM이 구비되어있는 편이고 특히 세븐일레븐은 일본 주요 관광지와 공공시설등에 자사의 ATM을 많이 설치해놔서 자주 이용하게 된다. 대량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일본이 카드만으로 다닐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보니 그때그때 소량의 현금이 필요한 외국인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곳곳에 있는 편의점들이 엄청난 도움이된다. 

 

상당히 다양한 즉석 신선제품들. 볼때마다 놀랍다.

역시나 편의점의 왕국답게 엄청난 양의 즉석식품들이 가득하다. 편의점 알바도 꽤 해봤던 나로서는 도대체 이렇게 많은 제품들이 수요가 다 맞기는 한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한국인들 입장에서 일본 편의점의 상당히 특이한 점이라면 보통 튀김류는 치킨너겟이나 닭다리 튀김같은 것만 파는 우리와 달리 전갱이 튀김과 같이 밥반찬으로 먹는 튀김류를 같이 취급하고 주먹밥 쪽에는 아무런 내용물 없이 소금만 들어간 소금 주먹밥을 판다는 점이었다.

 

그외에도 오신코와 같이 반찬으로 먹을 채소절임들도 파는 등 일본은 간단한 요깃거리 정도가 대부분인 한국과는 다르게 완전히 편의점 음식이 가정식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점을 느꼈다. 우리보다 몇십년 빨리 1인가구 세대가 오고 물가가 계속해서 높다보니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우리도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편의점에서 더 다양한 제품과 먹거리들을 취급하지 않을까. 일본의 현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다고들 흔히 얘기하는데, 편의점도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인 것 같다.

 

마실 식수와 간단한 아침거리들을 샀다.
숙소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 먹을거리들을 넣어놨다.

세븐에서 다음날 일어나서 먹을 먹을것들과 식수,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마실 맥주도 조금 사놨다. 한국의 편의점에서 에비스같은 고급 라인업 맥주는 작은 캔이라도 가격이 4000원은 넘는데 여기는 보통 비싸봐야 250엔 이하라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상당한 화제였고 품절대란까지 일어났던 아사히 생맥주 캔 역시 현지에서는 그냥 쌓여있는 수준이다. 한국에는 아직 없는 500ml 사이즈의 생맥주 캔 제품도 있었는데, 이건 나중에 한 번 더 얘기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냉장고에 먹을것들을 넣은 다음 간단히 씻고 짐들을 마저 정리하였고 12시가 채 되기도 전에 기절하듯이 쓰러져서 잠들었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내가 정확히 몇시에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날정도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아래는 링크입니다.>

 

아키하바라의 라멘집.

https://goo.gl/maps/fwvQMBngoNM5WCpK7

 

Yarō Ramen · 3 Chome-2-11 Sotokanda, Chiyoda City, Tokyo 101-0021 일본

★★★★☆ · 일본라면 전문식당

www.google.co.kr

 

도쿄에서의 숙소.

https://www.airbnb.co.kr/rooms/41917059?guests=1&adults=1&s=67&unique_share_id=18d2d8a6-5692-4b7b-85b1-69c827992e5d

 

공동 주택 · Taito City · ★4.0 · 침실 1개 · 침대 2개 · 욕실 1개

A43 ★인근 지하철★ FreeWIFI★ 신주쿠, 긴자 직통

www.airbn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