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일본여행기

3일차: 도쿄대 구경과 우에노 동물원 타임어택

자손영 2023. 8. 10. 23:58

도쿄의 아침은 한국보다 빠르다.

도쿄는 한여름 기준 새벽 4시정도만 되어도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계가 잘못된 줄 알았다.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지만 수도인 도쿄는 한반도보다 더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체감상 한시간 정도 일찍 해가 뜬다. 간밤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밥도 안먹고 자버려 배가 고파오기도 해서 야식 겸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먹은 원래 전날 저녁이 되었어야 할 음식들.

전날 로손에서 사왔던 마파두부 덮밥이 생각이상으로 맛있었다. 약간 달달하면서도 짭짤매콤한 맛에 산초까지 동봉되어있어 일본 스타일 마파두부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두부가 흔히 한국에서 사용하는 조금 딱딱한 모두부가 아닌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여서 좋았다.

 

달걀 샌드위치는 누구나 다 알법한 고소한 달걀맛. 로손의 타마고 산도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걸 벤치마킹한 제품을 한국 편의점에서도 몇번 파는것을 봤는데 항상 쎄한 첨가물 맛이나 달걀 비린내가 올라오는 등 완성도 면에서 원본을 따라오는데 부족함이 있다. 이건 제조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양계, 특히 달걀쪽의 관리 및 유통과정에서의 수준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건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차이이기도 한게 일본은 주로 날달걀을 많이 먹고 한국은 거의 익힌 달걀만을 먹다보니 달걀의 신선도에 있어 어느쪽이 더 민감할지는 안봐도 뻔하다. 일본 여행오신 분들이 일본 달걀이 상당히 신선하고 맛이 좋다고 하는게 다 이런 차이에서 생기는게 아닐까 싶다.

 

구글맵이 길안내를 항상 잘 해주는 편이다. 특히 도쿄같은 복잡한 도시에서는 구글맵이 필수.

오늘 주로 갈 곳은 도쿄대와 아메요코 상점가였다. 날씨에 따라 먼저 갈곳을 정했는데, 저녁부터는 비가 내릴 확률이 있어 먼저 도쿄대에 간 다음 돌아오는길에 아메요코초를 가기로 정했다. 근처에 우에노 공원도 있어 가는길에 잠시 들렸다.

 

정면에 보이는 숲이 우에노공원이고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 아메요코 상점가이다.
어딜가나 보이는 수많은 자전거들. 이쯤되면 일본은 자전거의 나라가 아닐까.

가는길에 본 자전거들. 앞에 바구니가 달려있는, 흔히 일본에서 마마차리라고 하는 아줌마 자전거를 일본은 매우 대중적으로 이용한다. 체감상 거의 가구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느낌이다.

 

일본 내 유명한 스시 체인점인 스시 잔마이.

도쿄 앞바다 츠키지 수산시장을 본점으로 두고있는 스시 잔마이. 사장님 얼굴이 상당히 익숙했는데 예전에 매우 거대한 참치를 엄청난 가격에 매입하여 뉴스에 나왔던 사장님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점포수가 상당히 많은데다 양팔을 펼치고 있는 사장님의 시그니처 포즈를 본딴 조각상이 항상 가게 앞에 있어서 어딜가나 눈에 띈다.

 

우에노 공원 호수쪽 입구.
도심 중앙에 넓게 트여있는 호수가 인상적이다.
빼곡하게 자라있는 연잎들 우중충한 하늘과는 다르게 싱싱한 초록빛이 보는 사람도 힘이 나게끔 해준다.

도쿄대를 가는김에 잠시 경유해간 우에노 공원 호수. 도쿄 한복판에 있는 공원임에도 규모가 상당하다. 이쪽은 우에노 공원의 일부에 불과하고 공원 부지 안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과 각종 미술관, 박물관까지 합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을만큼 상당히 넓은 곳이다. 우에노 공원 외에도 도쿄 곳곳에는 여러 공원들이 조성되어있어 규모만 따지자면 여기와 비슷한 공원들도 있지만 이 넓은 호수는 다른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우에노 공원만의 차별점이다.

 

예쁘게 펴있는 연꽃들.

한여름이여서 호수쪽에 연잎이 잔뜩 자라나있다. 연꽃도 많이 펴있어 사진기를 들고오신 현지인분들도 많았다.

 

오리가족들.
건너편 호수에서 오리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우에노 공원의 호수는 둑을 쌓아 연잎이 피어있는 가장 넓은 호수, 오리배를 탈 수 있는 호수, 우에노 동물원에 들어가있는 호수로 삼분할 되어있다. 연잎이 잔뜩있던 호수 위편에 있는 호수에서는 오리배를 탈 수 있다. 오리배를 제일 많이 타지만 평범한 나무보트도 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도쿄대 부속병원쪽 도로. 우에노 공원쪽에서 도쿄대로 갈 수 있는 가장 짧은 경로여서 이쪽으로 들어갔다.

우에노 공원 호수를 빠져나와 도쿄대 옆에 붙어있는 의학부 부속병원쪽으로 들어갔다.

 

도쿄대 내부로 들어오는 버스 노선이 있는건지 내부 자체 노선인건지 버스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있다.
각 대학 건물들마다 여러 인물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학교쪽으로 들어가자 건물 주변에 매우 많은 흉상들이 보였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여기에서 몸담은 사람들 중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이렇게 기리는듯 했다.

 

매우 거대한 크기의 은행나무들. 일개 대학에 있는 가로수라기에는 그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가로수로 있는 은행나무들의 크기가 엄청나다. 정기적으로 관리 및 보호라도 받는지 고유 태그도 붙여져 있었다. 교내에 있는 나무들 하나 하나가 거의 마을 보호수 수준의 크기였다. 한국에서도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들은 가을철만 되면 암나무에서 열매가 열려 냄새로 고생인데 여기도 만약 이중에 암나무가 있다면 가을에 꽤나 고생하지 않을까 싶다.

 

도쿄대 약도.
도쿄대 중앙로.

도쿄대 정문에서 바라본 길. 일본 내 최고 대학교이자 아시아 최고의 연구대학임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는 상당히 수수한 이미지이다.

 

중앙 광장.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대학 중앙건물처럼 보인다.

중앙 광장. 중앙을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 아쉬운대로 촬영했던 동영상 일부분을 캡쳐했다. 

 

중앙광장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오면 산시로 연못으로 갈 수 있다. 도쿄대 출신인 유명한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산시로'가 바로 이 산시로 연못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구치 히데요 이전에는 이 사람의 초상화가 1000엔권에 있었다고 하니 일본 내에서는 거의 문학의 아버지 정도되는 입지다.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대문호가 즐겨 찾았던 연못이다보니 문학도들에게는 그야말로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산시로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릴적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작품들을 재밌게 읽었다보니 나에게도 상당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중앙 입구 바로 앞에 물가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바위가 놓여져있다.
알록달록한 잉어들이 많이 헤엄치고 있다.
거북이도 몇마리 보였는데 한국에서 외래종으로 분류되는 붉은귀거북이였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우아한 일본식 정원의 감성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장소다.

연못을 따라 산책로가 있는데 한 바퀴 도는데 10분이 채 안걸려서 딱 기분전환겸 산책하기에 좋은 크기다. 그 자체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연못은 아니지만 도쿄대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이곳을 걸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한번쯤 걸어볼만한 곳이다.  

 

산시로 연못에서 산책을 한 다음 다시 중앙 광장쪽으로 돌아왔다. 중앙광장의 양쪽 뒤편에 중앙 구내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식당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지만 식당 내부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중앙식당 입구.

이용시간은 11시 반부터 13시30분까지. 한국의 대학과 동일하다. 부엌칸쪽으로 줄을 서서 들어가면 다양한 메뉴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일하시는분께 원하는 메뉴들을 말한 다음 수령해서 계산대로 나와 계산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형식이다. 계산은 카드와 현금 전부 가능한데. 카드만 받는 계산대도 있으니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일본 경양식 스타일로 선택한 오늘의 점심. 오로시에 폰즈를 뿌리는 것을 깜빡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먹었다.

케밥부터 카레, 라멘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무난한 오로시 로스카츠(간무를 곁들인 등심 돈까스)를 메인으로 선택했다. 밥과 톤지루, 닭간 허브 조림을 추가로 집었고 다 합쳐서 가격은 733엔이 나왔다. 도쿄대 학식은 꽤 비싼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골랐는데도 한화로 7000원이 채 안되는 가격이니 우리들의 기준에선 의외로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톤지루에 들어있던 뭔지 알 수 없는 하얀 건더기. 감자같으면서도 겉은 약간 미끈한게 아마 토란인 듯 하다.

 

도쿄대 생협 스토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 한층 더 내려가면 볼 수 있는 도쿄대 생협샵. 도쿄대 자체 브랜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일반 편의점과 같이 즉석 신선제품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기념품의 가격은 비싼편이나 도쿄대 굿즈를 살 수 있는 곳이 여기말고는 마땅히 없다보니 꼭 도쿄대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여기서 사야만 한다.

 

이로하스 복숭아맛. 도쿄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마성의 매력이 있다.

사실 일본에 도착한 후부터 이로하스 복숭아 맛을 찾고 있었는데 도쿄에 있는 자판기 어디를 찾아봐도 없어 부분적으로 단종이라도 된 건지 싶었는데 여기서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맛이 조금 더 진한 이프로같은 맛인데 원래 이프로를 좋아하고 특유의 약간 모자란 맛이 감질나던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대체제다.

 

하와이 풍의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 .

일본에서 돌아다니는 곳 마다 보이는 알 수 없는 풀. 오래된 나무들에도 이끼마냥 이게 자라있는데 식물에는 그다지 조예가 없다보니 검색을 해도 도대체 무슨 녀석인지 알 수가 없다.

 

도쿄대 내부에 있는 작은 박물관.

도쿄대학 종합연구박물관. 그냥 교내 박물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한 가지 주제보다는 여러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수집품들을 한데 모아놓아 전시하고 있는듯 했다. 외부활동도 활발히 하는 학교인 만큼 전시품 대다수가 도쿄대에서 직접 발굴 또는 기증을 통해 도쿄대 명으로 소유한 자료들로 보였다.

 

내부 모습.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각종 자료들을 잔뜩 모아놓은 연구자료 보관소같다는 느낌이 든다.
플래쉬 및 삼각대 사용은 제한된다. 1층의 전시관에서는 촬영이 가능하지만 2층에서는 아예 촬영을 할 수 없게끔 되어있다.
화석하면 생각나는 가장 대표적인 친구인 암모나이트.
어릴적부터 상당히 좋아했던 갑충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넓적사슴벌레와 톱사슴벌레도 박제되어있었다 .

전시관 1층에 자원봉사를 하시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몇분 계시는데, 모르는게 있거나 하면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도쿄대와 관련한 얘기를 몇번 꺼내시는 걸 보니 아마 여기 계신분들도 도쿄대 출신인 듯 싶었다. 도쿄대가 과거에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지만 지금은 과거의 위상에 비해서 많이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푸념을 하시기도. 도쿄에서 갈만한 곳이 있는지 추천을 받았는데 젊은 사람들이니 시부야, 신주쿠, 긴자같은 번화가를 둘러보는것도 좋고 바로 옆의 우에노 공원에 딸려있는 동물원도 구경하면 좋다고 하셔서 꼭 가보기로 했다.

 

2층에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유인원들의 화석들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있었다. 아쉽게도 2층 전시관은 촬영이 금지되어있어 사진을 남길 수 없었다. 

 

호랑나비와 왕오색나비. 비슷한 위도의 비슷한 기후를 가진 나라이다보니 식생도 상당수 공유하는 것이 많았다.

 

도쿄대 아카몬.

아카몬. 도쿄대의 교문 중 하나로 이름 그대로 나무로 만들어진 붉은 대문이다.  낙성대를 말하면 흔히 바로 옆에 있는 서울대를 생각하는 것 처럼 아카몬도 도쿄대 설립 이전부터 있었던 건축물이지만 위치가 이렇다보니 지금은 그 이름 자체가 도쿄대를 상징하게 되었다.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어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는듯 했다.

 

도쿄대 일반도서관.

계속 학교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도쿄대 일반 도서관앞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평소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열려있지만 지금같은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입장이 제한된다. 7월이 시험기간인걸 보면 일본 대학의 커리큘럼은 한국의 대학보다 한달정도 늦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대 일반 도서관 전경.

도쿄대 초대 총장 하마오 아라타. 대학건물 주변에 작은 흉상만 세워져있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산시로 연못 옆에 혼자 근엄하게 앉아있어 무슨 다크소울 최종보스 같은 포스를 내고 있다.

 

도쿄대 부속병원 옆에 붙어있는 우물. 바로 옆에 신사도 있다.
우물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으나 식수로는 사용이 권장되지 않고 그냥 물을 퍼보면서 감성만 느껴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

다시 의대/부속병원쪽을 통해 내려가는 길에 보인 우물. 벤케이 카가미 우물이라고 한다. 도쿄 대공습 당시 화재의 피해자들을 많이 살린 가장 큰 일등공신이라고. 도쿄의 무고한 시민들이 폭격으로 다치고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이들을 무조건 피해자로만 엮어서 생각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으니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의 후손인 우리로서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바로 옆의 사카이이나리 신사. 번역기를 돌려보니 주로 장사번영과 가정의 안녕을 다루는 신사라고 한다.

 

다시 돌아온 우에노 공원. 아까 돌다 만 호수를 마저 돌아서 이번엔 반대편쪽으로 가보려 한다.

 

우에노 공원 호수 중앙의 섬에 있는 시노바즈노이케 변천당. 섬이라고는 하지만 여러면으로 통로가 이어져있어 딱히 섬같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길에 있는 조금 넓은 공간정도의 느낌.

 

잉어인지 복어인지 알 수 없는 물고기 상 위에 있는 까마귀. 마치 까마귀가 거대한 물고기를 잡은 듯한 모양새다.
우에노 동물원 입구.

도쿄대 박물관의 어르신께서 추천하셨던 장소중에 우에노 동물원이 있었는데 마침 가는길에 입구가 보여 한번 가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기도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아주 잔뜩 쳐놓았다.

 

입구에서 무인 매표기를 통해 표를 구매할 수 있었고 카드도 사용가능했다. 매표기 위에 동물별 관람시간이 붙어져있었는데 특정동물들은 관람시간이 제한되는 것으로 보였다. 북극곰은 오후 2시에 관림이 끝나 이미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때 시간이 3시 정도였는데 조금 있으면 관람이 끝나는 판다부터 순서대로 보기로 했다.

  

홍학. 흔히 분홍색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주황색에 더 가까운 붉은빛을 띄고 있다.
귀여운 레서판다.
우에노 동물원의 암컷 판다 싱싱.

동물원을 반바퀴 정도 돌다보니 판다를 보러가는 길이 안내되어있어 가보았다. 다행히 관람시간에 맞춰와서 열심히 대나무를 먹고있는 판다를 볼 수 있었다. 우에노 동물원에는 싱싱과 리리라는 판다 한쌍이 있는데 평소에 합사는 안하는 건지 따로따로 있었다.

 

원래는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샹샹이라는 판다가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지금은 중국으로 갔다고 한다. 판다는 모든 개체의 소유권이 중국에 귀속되어있고 다른 나라들은 중국을 통해 판다를 대여하는식이라서 새끼가 태어나면 일정 시기가 지나고 중국으로 보내야만 한다고 한다. 한국 에버랜드에도 푸바오라는 새끼 판다가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같은 이유로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샹샹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싶다.

 

수컷 판다 리리.
산미치광이라는 특이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호저.
기니피그, 친칠라, 토끼 등 소동물들을 모아놓은 축사.

판다를 보고나서 잠시 주변의 다른 동물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시간이 제법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어 휴대폰을 보니 어느덧 4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고릴라는 3시45분까지 관람을 할 수 있었기에 미친듯이 뛰어가서 간신히 고릴라들을 볼 수 있었다. 판다가 있는 쪽에서 제법 걸어가야 고릴라가 있는 우리로 갈 수 있어서 예상치 못한 장거리 달리기에 상당히 지쳐버렸다.

 

뭔가 고심이라도 하는듯 우두커니 앉은채로 생각에 빠져있는 고릴라 한 마리. 덩치도 있고 상당히 위엄있어 보이는게 아마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듯 했다. 수컷 성체 고릴라의 특징인 은빛 털이 난 등(실버백)도 이 친구에게서 볼 수 있었다.

 

수마트라 호랑이도 한 마리 볼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쪽에 서식하는 녀석이여서 그런지 엄청나게 거대한 덩치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맹수 특유의 카리스마는 강렬했다.

 

남겨놓은 뼈다귀를 사수하려 오는 호랑이.

우에노 동물원 부지 안에 다도를 하는 옛날 건물도 남아있었다. 중세시기 일본에는 차를 상당히 중요시 여겨서 아예 차를 만들고 대접하는 방을 따로 만들정도였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 시절에 지어놓은 건물인듯 싶다.

 

아시아 코끼리.

호랑이까지 본 다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잠시 광장같은 곳 한켠에서 쉬고 있다가 다시 나머지 동물들을 보러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평소에 코끼리가 뿌우- 하면서 우는 소리는 들어본적도 있고 효과음등으로도 많이 사용되다보니 익숙한데 이번에 본 코끼리는 그런 소리가 아니라 바닥에 깔릴듯한 낮은 음으로 구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서 마치 맹수에게서 느낄법한 위압감을 느꼈다. 사실 대체적으로 온순하고 친근한 이미지때문에 그렇지 실제로 코끼리가 야생에서 최상급 피지컬의 육상동물인걸 생각해보면 위압감을 못 느끼는게 더 이상한 거기도 하다.

 

일본 원숭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털을 골라주기도 하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마지막으로 일본 원숭이와 기타 다른 동물들을 조금 보다가 관람을 마치기로 했다. 마침 우리가 동물원을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물원 폐관 알림이 울리기 시작해서 시간에 맞춰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에노 공원 중앙 가장 큰 길목. 끝에 보이는 큰 건물은 도쿄 국립박물관으로 보인다. 국립 박물관 외에도 우에노 공원 주위로 다양한 전시관들이 있어 여기만 하나씩 다 둘러보아도 하루가 다 지나갈 정도다. 일일이 다 찾아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고 있어서 우리는 우에노 공원을 빠져나와 아메요코초로 가기로 했다.

 

중앙로 옆으로 나있는 출구를 따라 공원 밖으로 빠져나왔다.

우에노 공원에서 나와 10분정도 걸어가니 아메요코초에 도착했다. 기찻길을 따라서 형성되어있는 상점가인데 일본은 항상 이렇게 많은 상점가들이 기찻길과 역을 끼고서 형성되어있다는 흥미로운 특징을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20세기 이후 철로들을 만들면서 철로 바로 옆에 거주지와 고층건물등을 만들기는 어려웠을테니 최대한 고가철로 밑의 협소한 공간도 이용할 수 있고 소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상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상점가가 형성된게 아닌가 싶다.

 

철로 주변에 형성된 상점가가 많은 걸 보면 분명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긴 한거 같은데 철로가 생긴다음 상점가가 생긴건지, 상점가가 생기고 거기에 맞춰 철로가 생긴건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누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마치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와 같은 미스테리. 

 

아메요코초 골목.
국내 TV프로그램에 나온적도 있는 유명 야키토리 가게 '야키토리 분라쿠'

상점가를 좀 둘러보면서 적당히 저녁 먹을 곳을 찾다가 발견하게 된 굴다리 밑 야키토리 가게. 구글에서도 상당히 평이 좋게 나와있어 오늘은 여기서 맛있는 꼬치들도 좀 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한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메뉴판도 구비되어 있어 큰 문제없이 주문할 수 있다. 항상 손님이 많고 화구는 제한되다보니 꼬치류는 대체적으로 늦게 나오는 편이라서 앉자마자 미리 주문을 하는편이 좋다. 뭘 먹을지 잘 갈피가 안잡힌다면 이것저것 섞여있는 콤비네이션을 시키고 난 다음 다른 것들을 차례로 주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 이 가게에는 꼬지 이외에도 상당히 맛있는 인기메뉴가 있는데, 조금 있다가 설명하도록 하겠다.

 

닭꼬치 콤비네이션을 비롯한 몇가지를 주문하고 생맥을 한 잔씩 시켜 목을 축이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시간은 대략 7시쯤이었는데 저녁시간, 퇴근시간이기도 하다보니 엄청나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우리가 나갈때 쯤되어서는 아예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만 해도 10팀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말하려 했던 이집의 최고 인기메뉴인 소곱창 조림, 일명 니꼬미다. 사실 '니꼬미'라는 말은 그냥 조림이라는 의미라서 내장을 넣은 조림은 '모츠니'라고 부르는게 더 정확하긴 하지만 이 가게에서 말하는 '조림'이 소곱창도 들어있는 형태라고 그냥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그냥 평범한 내장조림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틀린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는 누린내나는 내장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참고로 이 가게의 니꼬미는 예전에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도 나왔을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tvN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도쿄편 中. 백종원 선생님도 이 가게의 니꼬미를 상당히 맛있게 드셨다.
야키토리 분라쿠의 시그니쳐 메뉴인 '니꼬미'

니꼬미는 다른 메뉴들과 달리 국밥마냥 솥에 한가득 고아놓은다음 그때그때 퍼서 서빙하는 방식이라 꼬치메뉴처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고 진짜 중요한 건 바로 맛이다. 

 

시장 순대에 딸려나오는 내장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부드러움과 고소함에 중독되는 맛이다.

상당히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곱창의 맛이 느껴진다. 잡누린내같은건 진짜 전혀 느껴지지않고 마치 내장국밥의 좋은 맛들만 모아놓은듯한 느낌을 준다. 진한 국물에 송송썰은 파, 고소한 내장에 투박하게 들어가있는 두부 한덩이까지 왠지 모르게 일본보다는 한국의 전통시장 어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숙한 비주얼과 맛이다. 그릇 한구석에 있는 다데기를 좀 풀어서 먹으면 더욱 한국에 온 것같은 맛이 느껴진다.

 

정말 위험한 메뉴인게 고소하고 부드러운 내장에 진한 국물을 머금은 두부까지 있어 한 젓가락씩 하다보면 술이 계속 들어가는 맛이다. 나도 처음 시킨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다음 그릇도 먹고 세그릇까지 시킬 뻔 했지만 일행의 만류에 겨우 그만뒀을 정도로 중독성이 엄청난 맛이었다. 

 

니꼬미를 정신없이 먹다보니 나온 꼬치메뉴들. 닭고기, 츠쿠네, 껍데기, 간 ,염통 등등 각종 닭부위들이 종류별로 나왔다. 주문을 할때 양념(타래)를 바를지, 소금(시오)로 할지 정할 수 있는데 그냥 하나로 뭉뚱그려 타래로 주문했더니 전부 다 양념이 되어 나와버렸다. 하도 정신이 없다보니 생긴 실수인데 다음에 기회가 또 생긴다면 소금과 양념을 밸런스 있게 시켜야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다행히 꼬치에 발려져있는 소스가 그렇게 짠 소스는 아니여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닭다리쪽 부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판을 담당하시는 종업원분. 카메라로 찍고있는걸 보시자 환하게 웃어주셨다.
돈설 꼬치구이 소금맛.

가장 마지막으로 시킨 부타탕, 돈설이다. 원래는 소혀를 시킬려고했는데 소혀가 지금은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대신 주문한 메뉴다. 아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위해 이번에는 소금으로 주문해서 약간의 소금만 뿌려진채 담백하게 나왔다. 딱 삼겹살이나 목살등을 구울때 나는 구수한 돼지고기 구이 냄새와 맛이 나며 식감은 겉이 저항감있게 쫄깃하면서도 안은 설컹 씹히는 독특한 느낌이다.

 

이상한 맛이 난다거나 하진 않아 상당히 독특한 식감의 돼지고기를 먹어보고 싶다면 별미로 먹어볼만 하다. 돼지의 혀라는 인식과 약간 독특한 식감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돼지고기같은 맛이고 특수부위중에서는 진입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한 번쯤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봤으면 한다.

 

해가 지고 시간이 좀 더 지나니 훨씬 더 사람들이 몰려왔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한 다음 숙소로 돌아갔다. 가격은 대충 4600엔 정도가 나왔다. 이것저것 꽤나 맛본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 그래도 흔히 생각하는 닭꼬치들보다는 가격이 좀 있는 편이라서 다음에 먹게 된다면 니꼬미 하나 시키고 맥주 한 잔씩 하다가 야키토리는 타래/시오 섞어서 몇개 맛보기로 먹는 정도면 제일 적당할 것 같다.  

 

이때 제법 술을 마셔서 꽤나 취해있던 상태였는데 피곤한데가 술까지 취해 그냥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가자고 떼를 쓰던 나랑 오늘 저녁에 돈을 많이 썼고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으니 걸어서 가자는 일행과 한바탕 언쟁을 했었는데, 결국 걸어서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지출을 신경쓰는 일행이 없었다면 아마 이번 여행에서 비용이 배로 들지 않았을까 싶다. 

 

스시 종주국 아니랄까봐 평범한 편의점에도 스시를 취급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국민음식이라는 스팸 무스비도 보인다.

생각해보니 다음날 먹을 걸 사놓는걸 깜빡하고 있어 중간에 패밀리마트에 잠깐 들려 내일 먹을 아침거리들을 좀 샀다. 아침거리 쇼핑 후 그대로 큰 도로를 따라 15분정도 걸어가니 아키하바라 옆의 숙소에 도착했고 짐들을 풀고 씻은 다음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피곤했을만도 한게 이날 일행의 만보기에 따르면 대략 2만보 이상을 걸었다고 한다. 이것도 일행 기준이고 중간에 혼자 뛰어다니고 구석구석 돌아다닌 나는 분명히 저것보다 더 걸었을 것이다. 단순 거리만 보면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이 걸었던 날 탑3 안에 들어갈거다. 아무튼 이렇게 상당히 바빴던 3일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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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대학 · 7 Chome-3-1 Hongo, Bunkyo City, Tokyo 113-8654 일본

★★★★☆ ·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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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공원 · Uenokoen, Taito City, Tokyo 110-0007 일본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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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우에노 분라쿠 · 6 Chome-12-1 Ueno, Taito City, Tokyo 110-0005 일본

★★★★☆ · 꼬치구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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