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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끊은 세 가지: 담배에 대한 나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우리 집은 친할아버지가 담배와 각종 음주가무를 즐기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폐암으로 단명하셨기에 예전부터 술담배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다. 당장 부모가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셨다보니 나의 아버지와 큰아버지도 담배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술도 자의로는 마셔본 적이 없으시다. 지금 생각해보니 명절에 친할머니댁에 주변 친척들이 다 모여도 아저씨들 특유의 담배 쩐내나 술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항상 쾌적했다. 아이들 정서에 있어서도 정말 잘 선택하신 일이다. 가족을 비롯한 친인척중에 담배를 피시는 분이 단 한 분도 없다는 점은 내가 어딜 가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우리 가족의 최고 장점 중 하나다.  내가 처음 담배를 펴본 것은 입대직전 21살쯤이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한두개비 정도 펴본 것..

잡담 2024.09.25

현대국가는 왜 세속주의를 추구해야하는가 - 尹정권의 무속인 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들

※글쓴이는 특정 당을 옹호, 추종하지 않으며 그저 대한민국이 더 번영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평범한 국민임을 밝힙니다.   종교는 문제가 많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다. 혹자는 종교가 인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현재의 노동 착취구조를 지속하게 만드는 아편이라고 비판하는데 종교를 아편에 빗댄 이 유명한 문구는 당사자가 바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종교가 가지는 본질을 그대로 관통했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본 종교는 그가 그렇게 바라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 이뤄지고 지금의 착취구조가 타파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악습 정도였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종교는 최종적으로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인류와 공존할 애증의 동반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잡담 2024.09.16

영화 ‘서울의 봄’ 감상평

무거운 주제에 비해 너무나 얕아져버린 서사 -군사정권에 대해 다루는 대중영화가 나온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명확한 선악 대립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덧칠된 등장인물들. -남녀노소, 배경지식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기 위해 대중성과 적당히 타협한 결과물. -“나는 군부가 싫어요”식의 프로파간다물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관계와 맥락을 보여줬으면... 우선 전두환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언행과는 많이 달라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상당히 그럴듯한 분장과는 별개로 내용 측면에선 매우매우매우 큰 틀만 가져오고 사실상 황정민의 군부악역A 같은 모습이 계속 느껴져서 좀 아쉬움이 느껴지긴 했다. 다만 평소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악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선인 혹은 방관자들에 대한 평가를 날카롭게 하는 것이..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감상조각들과 개인적인 해석>

- 본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오브제, 연출 등은 그 자체로 상징과 의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기존 지브리 작품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영향을 받은 작품들의 오마주인 경우가 많기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기존 작품들을 본 사람들은 좀 더 익숙하고 이해하기 편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단테의 신곡과도 꽤나 비슷한 면이 많이 보였다. 주인공과 안내자와 동행하며 내세(혹은 환상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와 작품 내부의 상징적 존재들, 다양한 인간군상과 죄악을 저지른 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사점이 느껴졌다. - 이 작품이 일제 군국주의의 미화라고 주장하며 혹평을 하는 여론이 일부 있다는 것을 관람 이후에 들었는데 만약 이 작품이 그저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모습을 미화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본 작품에서 ..

5일차: 도쿄 앞바다 구경과 아키하바라의 메이드 카페 체험

연어 도시락. 한국에서는 이렇게 큰 토막의 연어 도시락을 보기가 힘들다. 연어부터 명란, 고등어 등등 항상 메인반찬으로 생선이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인들은 유독 밥과 생선에 진심인 것 같다. 메이지 시대 전까지 1000년간 육식을 못했으니 거의 유일한 단백질 섭취 대상이었던 생선에게 각별할 수 밖에 없나보다. 길을 가던 도중 보인 인도 음식점. 판매하는 모든 메뉴가 할랄푸드이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록색 초승달까지 있는걸 보면 파키스탄계 요리사분께서 운영하시는 가게인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어딜가나 공동체가 있다보니 일본에서도 할랄푸드 가게를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키하바라 위쪽으로 계속 올라가 아메요코 상점가 쪽으로 이동. 아메요코 상점가 중심지에 있는 오카치마치 ..

4일차: 아는만큼 보인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도쿄타워까지

오늘의 아침식사. 메뉴는 연어, 명란 삼각김밥과 마카로니 샐러드, 반숙계란과 푸딩이다. 일본은 편의점 어딜가든 푸딩이 항상 있어서 커스터드 푸딩을 하나 골라봤다. 달걀은 딱 생긴 것 부터가 감동란이랑 똑같은 모양새인데 실제 맛도 똑같다. 마침 숙소 건물 1층에 코인세탁소가 있어 옷을 돌렸다. 옷을 원하는 세탁기에 넣은 다음 입구쪽의 키오스크를 통해 세탁설정 및 입금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어 지원은 안되지만 이용방법이 상당히 직관적이라 번역기의 도움을 조금 받으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지하철역으로 가는길에 아키하바라 옆 골목을 지나쳐갔다. 마침 점심쯤이라 그런지 식사를 하러 나오신 직장인들이 라멘가게 같은 곳에 줄을 서서 모여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여러 크고작은 기업들이 많은 도쿄 도심이라서 그런지 ..

3일차: 도쿄대 구경과 우에노 동물원 타임어택

도쿄는 한여름 기준 새벽 4시정도만 되어도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계가 잘못된 줄 알았다.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지만 수도인 도쿄는 한반도보다 더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체감상 한시간 정도 일찍 해가 뜬다. 간밤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밥도 안먹고 자버려 배가 고파오기도 해서 야식 겸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다. 전날 로손에서 사왔던 마파두부 덮밥이 생각이상으로 맛있었다. 약간 달달하면서도 짭짤매콤한 맛에 산초까지 동봉되어있어 일본 스타일 마파두부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두부가 흔히 한국에서 사용하는 조금 딱딱한 모두부가 아닌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여서 좋았다. 달걀 샌드위치는 누구나 다 알법한 고소한 달걀맛. 로손의 타마고 산도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걸 벤치마킹한 제품..

2일차: 도쿄 스카이트리와 아사쿠사 센소지 둘러보기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끼니를 떼웠다. 익힌 연어와 소금을 곁들인 주먹밥, 베이컨이 들어간 마카로니 샐러드, 간장에 절여진 연어알 삼각김밥이다. 전날 매우 기름지고 자극적인 라멘을 먹었다보니 예상외로 가장 심심할 것 같았던 연어 주먹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참치 통조림에서 기름이 전부 빠진듯한 담백한 맛인데, 여기에 약간 짭짤한 맛이 살짝 더해지니 아침식사로 먹기에는 제일 무난했다. 베이컨 마카로니 샐러드는 굳이 말할 것도 없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안정적인 맛이었다. 베이컨 조각이 두툼해서 상당히 맛있었다. 연어알 절임도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먹어보지 못하는 식재료이다보니 좀 생소한 맛이었고 개인적으로는 명란이 더 좋았다. 하필 어제 들린 편의점에 명란 주먹밥이 없어서 아쉬운대로 ..

1일차: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여정과 아키하바라 구경

출발하기 며칠 전 미리 짐을 챙겨두었다. 대략 10일정도 입을 수 있는 옷들과 개인 상비약같이 현지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귀찮은 소모품들이 주가 되었다. 처음 떠나는 장기여행이라 빨래가 어찌될지 모르다보니 무턱대고 옷을 너무 많이 챙겨버렸다. 지금보니 일본에는 코인세탁소가 많이 있고 숙소 내에 세탁설비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서 이정도로 옷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옷은 딱 5일치 내외로만 챙기고 나머지는 기념품 공간으로 남겨두는게 좋을 것 같다. 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창원 남산 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택시를 타고 터미널까지 간 다음 김해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표를 구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매표를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방식이 바뀐건지 무인 키오스크 구매 형식으로..

프롤로그: 나는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나

예전부터 세계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어릴적에도 부모님이나 개인적인 기회를 통해 국내의 타 지역들을 몇번 가보면서 상당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극도의 내향형 인간인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게 무슨 모순인가 싶지만 평소 생활부터가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집돌이에게 일정주기로 모험심이 들끓어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나의 해외경험은 상당히 빈약한 편이었다. 비행기만해도 20살 전까지는 제주도에 가볼때나 몇 번 타본것이 전부이고 해외도 대학 입학 전 봄방학 시기 일가친척 가족여행으로 대만을 한 번, 입대 전 엄마와 간단하게 패키지여행으로 짤막하게 오키나와에 휴양차 가본것이 전부였다. 마땅히 이렇다할 해외경험없이 그렇게 어영부영 ..